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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하은희 | |||
라우풀 | 19646 | 등록시간 | 14-09-03 22:15 | |
조회수 | 2,981 | 추천수 | 0 | |
제목 | 내 나이 열여덟… | |||
집 앞에 있는 대학교축제에 연예인이 온다는 말을 듣고
친구와 보충수업도 빼먹은 채 축제에 갔습니다 너무도 어른스러운 언니들 틈에서 어린애처럼 보일까봐 최대한 어른처럼 보이려 안 하던 화장도하고 한번 입어보지도 안던 언니 정장도 몰래 입고 갔습니다 헌데 한남자가 따라오네요..몇 학년 이냐고 수줍게 묻습니다. 이 학년 이라고 말했지요 언뜻 보기엔 20대 초반인거 같은데 그 사람 나이가 28이랍니다..나와는 무려 10살 차이.. 뜬금없이 같이 영화가 보고 싶다네요 귀까지 빨게지며 말을꺼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주말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같이 영화를 보고 밥도 먹고 생각보다는 즐거웠어요 헤어질 때 말했죠.사실은 내 나이 열여덟 이라고… 오빠는 그냥 웃었어요..그렇게 오빠를 만나면서 나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겼고, 오빠는 그걸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매일 내게 사랑 한다는 걸 보여줬지요 오빠를 만난 지 반년이 지나서 처음으로 오빠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오빠와는 다르게 모두 아저씨 같은 느낌에 친구들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오빠친구니까 상관없었어요 친구들은 나를 보고 너무 어려서 당황했는지 잠시 말을 하지 않았고 오빠는 민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죠 그렇지만 술이 한 두잔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좋아졌어요. 그런데 친구 중 한 명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그만 말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너 지금 원조교제 하냐? 너 그러다 걸리면 니 신상공개 돼서너 앞으로 사회생활 못해.정신차려 임마 ” 그 오빤 그렇게 말하고 가버렸고 오빠는 날 보며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어요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밤늦게 오빠한테 전화가 왔어요 술이 아주 많이 취한 목소리로 오빠가 물었어요 “우리 정말 원조교제 하는 건가 ? 난 아닌데… 난 정말 너 사랑 하는데… 사람들 눈에는 그게 아닌 가봐 … 나 지금 잘못하는거 아니지 ? ” 그 말에 난 아니, 우리는 밤새 전화기를 붙들고 울었어요 오빠 친구들이나 내 친구들이나 우릴 보는 눈이 곱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 그래도 행복했어요 오빠가 내 옆에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죠… 그렇게 오빠와 만난지 일년쯤 되던 추운 겨울 밤에 오빠엄마가 돌아 가셨어요… 췌장암 말기셨데요 오빠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이년전 췌장암에 걸리셨데요 그런데 오빠엄마가 파출부 일을 해서 버는 돈으로는 오빠 학비를 내기에도 벅찼기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으셨데요 오빠가 불쌍했어요 이제는 정말 나뿐이잖아요 오빠는 다니던 대학원도 그만두고 취직을 했어요 오빠가 취직을 해서 만나는 날은 줄었지만 틈틈이 오빠 집에 찾아가 청소며 빨래를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죠 오빠는 이제 수능일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공부하라고 했지만 난 공부보다는 오빠랑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은걸요 그런데 아무리 내가 잘해줘도 엄마 같을순 없나 봐요 요즘 오빠가 살도 많이 빠지고 힘이 없는 거 같거든요 그리고 예전에는 항상 날 보면서 웃어 줬는데 이제는 잘 웃지도 않아요. 뭔가 할말이 있는 사람처럼 날 물끄러미 바라 볼 때가 많아졌고 그러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때서야 웃는 거 있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낮에도 밤에도 오빠 옆에 있으면서 오빠랑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요 그렇게 또 며칠이지나고 수능을 봤어요 예상은 했지만 정말 점수가 엉망 이였어요 우리 집 에서는 난리가 났고 부모님은 무슨 이유로 시험을 이렇게 봤냐며 나무라셨죠 우리 오빠랑 언니는 모두 명문대에 다니고 있던 터라 부모님은 내게 지방 에있는 대학 에가느니 차라리 재수를 하라고 하셨지만 난 대학 같은 거 안가도 상관 없었어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을 포기하고 오빠 옆에 있어야겠다 고 다짐했죠 다음날 학교에 갔다 오니 엄마 아빠가 날 기다리고 계셨어요 아빠는 아주 무서운 얼굴로 앉아계셨고 엄마는 한숨을 쉬시며 학교에서 돌아 온 날 부르셨어요 한번도 엄마 아빠의 그런 얼굴을 본적이 없어서 겁이 났어요 그런데 아빠가 느닷없이 오빠 얘기를 합니다 제 친구한테 다 들었다며 화를 내시네요 뭐가 부족해서 부모형제 하나 없는 그런 나이 많은 사람이랑 만나냐며 그 사람은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이가 어려서 날 가지고 장난치는 거라고 하시며 혼을 내시네요 차라리 잘됐어요 어차피 오빠랑 결혼할 생각이었으니 이 기회에 말을 해야겠다 결심했어요 그래서 오빠를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어이가 없으시다는 표정으로 날 보시다가 아빠가 제 따귀를 때리셨습니다 막내딸이라고 절 그렇게 이뻐하셨던 아빠가 제 따귀를 때리시고는밖으로 나가십니다 그날 밤 아빠는 술이 만취가 돼서 들어오셨고 제방에 들어와서 잠자고 있는 날 붙들고 우시며 미안하다고 때린데 많이 아팠냐고 하시며 우시다 제 침대 옆에서 잠이 드셨습니다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도 그 후론 그 일에 대해.... 아무말씀이 없으셔서 부모님께 고마웠어요 부모님 눈치 보느라 며칠째 오빠를 못 봤는데 전화를 하니 없는 국번 이랍니다 핸드폰을 잊어버렸으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있네요 열쇠로 열어 보려 해도 구멍이 맞지가 않습니다 그사이에 도둑이 들어서 열쇠를 바꾼 걸까요 ? 이주일 이 지난 후 에야 오빠에게 연락이 왔어요 집 앞 공원이라고 나오라네요 오빠 만나기 전엔 항상 이쁘게 보이려고 거울 앞에서 한 시간씩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네요 멀리 오빠가 그네에 앉아 있네요 오빠와 눈이 마주쳤어요 오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냥 웃네요 늘 그랬듯이 말이 예요… 달려가 오빠에게 안겨 울었어요 근데 오빠가 이상하네요 예전 같으면 울지 말라고 달래줬을 오빠가 오늘은 같이 웁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헤어 지자네요 왜냐고 물었지요 이제는 나 같은 어린애는 싫답니다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얼굴도 이쁘고 나이도 적당한 여자를 만났다고 하네요 그 여자와 한 달 후에 결혼 한답니다 결혼하자마자 둘이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네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더니 상관없답니다 원래부터 나란 애는 그냥 놀이 상대였다고 말하네요 그러더니 울고 있는 날 버려두고 무정하게 돌아가네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너무도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나니 병원 이었고 식구들은 내게 일어났던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말도 아무것도 내게 묻지 않았습니다 부모님 말씀이 맞았어요 오빠는 나를 그냥 한때 데리고 놀 장난감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거예요 역시 부모님 말씀은 틀린 말이 없나 봐요 진작 그걸 알았더라면 이렇게 바보 같지는 않았겠지요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전 지금 재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공부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잡생각을 하지 않게 해서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어요 오빠와 만나면서 멀어졌던 친구들도 다시 만나고 오빠를 만나기 전에 나로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죠 오늘은 뭘 기대 한 건 아닌데 오빠가 살던 집에 가봤어요 정말 떠났나 봐요 작년 오빠생일에 내가 선물한 화분이 오빠 창가에 없는걸 보니까 우리 만난 지 백일 날 내가 선물한 현관 걸이 화관이 현관문에 안 걸려 있는걸 보니까 정말 가긴 갔나 봐요 마음속으로 오빠의 행복을 빌며 돌아 섭니다 사랑했어 오빠… 내 나이 스물여덟... 대학원생인 난 어린 후배들 틈에서 부대 끼는 게 싫어 축제에 가기 싫었지만 친구들 성화에 못 이겨 축제에 갔습니다 평소 즐겨 입지도 않던 청바지에 니트를 입고 그래도 늙은이 소리는 피해보려 최대한 멋을 냈습니다 근데 오길 잘했네요 저기 한 소녀가 보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어려 보이는 소녀는 아마도 고등학생인 것 같네요 소녀에게 다가가 몇 학년 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학년 이라네요 아마도 고등학교 이 학년인가 봅니다 내 스스로가 도둑놈 같이 느껴져 얼굴이 빨게 졌습니다 소녈 보니 며칠 전 지하철 포스터에서 봤던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습니다 문뜩 이 소녀와 같이 그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영화를 보자고 말해버렸습니다 말해놓고 너무도 나 자신이 도둑놈 같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딱 하루만 만난다면 별문제 없으리라 생각했지요 드디어 약속한 주말이 되었고 난 꼬마를 만나 영화도보고 밥도 먹었습니다 근데 왜이리 즐거운 거지요 ? 시간이 지나 헤어질 때가 왔네요 근데 그 꼬마가 수줍게 말을 하네요 사실 자기 나이는 열여덟이라고... 정말 이 꼬마는 내가 자길 대학생으로 믿고 있는 줄 알았나 봐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그냥 웃었습니다 그렇게 그 꼬마는 제게 그녀로 다가왔습니다 그녈 만나면서 너무나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고 그녀의 모든 행동들이 사랑스러웠습니다 매일 실실 웃고 다니는 내게 친구들이 애인이 생겼냐고 묻더군요 생겼다고 말했지요 한번 보여달랍니다 근데 선뜻 보여줄 수 가 없네요 아직 어린 그녈 보고 친구들이 그녀 앞에서 말실수를 할까 걱정이되서 말입니다 미루고 미루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어서 그녈 만난 지 반년이 지나서 친구들에게 그녀를 선보였습니다 어이없어 하는 친구들의 표정이 눈에 보였고 행여나 그녀가 눈치챌까 조심스러웠습니다 술이 한 두잔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친구녀석 하나가 말을 꺼냅니다 원조교제라며 그만 만나라네요 그리고 나가버립니다 쫓아가 한대 패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항상 느끼는 죄책감을 그렇게 말해버리는 친구자식이 미웠습니다 그녈 보니 울것 같은 표정으로 날보고 있네요 웃어 줬습니다 내가 웃으면 그녀도 웃거든요 며칠 후 친구 놈들이 그날 일은 미안했다며 술 한잔 사겠다 기에 나갔습니다 날 걱정하는 마음에 모두들 한마디씩 하네요 “야 임마 앞으로 십 년 뒤를 생각해봐 넌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고 걘 아직 팔팔한 나일 텐데 그때도 걔가 널 사랑 할꺼같냐 ? 결국에 상처 받는 건 너야 임마” “꼭 십 년 후가 아니라도 지금 현실을 봐라 텔레비전에선 원조교제니 뭐니 해서 신상공개 한다고 난리지 뒤에 가서 욕 먹는 건 너야 그리고 걔가 뭐가 아쉬워서 널 사랑 하겠냐 ? 잠깐 나이든 사람에 대한 호기심 일꺼다 아마 ” 친구들 말이 정말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그녀에 대한마음을 접기에는 너무 멀리에 온 거 같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단지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거였는지 아니면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것 이였는지 는 모르지만 전화를 했습니다 그녀가 말을 하네요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 그녀를 사랑하는 것 뿐인데 이게 잘못일까요... 그 일이 있은 후 친구들과 만나기를 꺼리게 됐어요 나 때문에 그녀도 그녀의 친구들과 멀어지나 봅니다 가슴이 아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녀를 더 많이 사랑해주는 거 뿐이였죠 그녀를 사랑한지도 일년쯤 되던 날 그날은 몹시도 춥던 겨울 밤 이였습니다 집에 도착한 난 부엌에 차갑게 쓰러져 게시는 어머니를 발견했습니다 나에게 줄 밥을 하시던 중이셨던지 쌀을 씻으시던 손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눈을 감으신 채 쓰러져 게시던 어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뛰었습니다 평소엔 걸어서 십 분도 안 걸리던 병원이 그날따라 너무도 멀게 느껴 졌습니다 병원으로 뛰어가는 동안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지네요 그래서 병원 가는 길이 더 멀게 느껴지나 봅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머닌 이미 저 세상으로 가신 후였고 병원에서 어머니가 숨진 사유가 췌장암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재데로된 치료 한번 못 받으시고 힘들게 내 뒷바라지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젠 정말 그녀 뿐이니까요 그녀가 달려왔습니다 절 보자 마자 눈물을 터트립니다 저보다 더 슬프게 우는 그녀를 달래보려 웃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그녀만 보면 끊이지 않고 나오던 웃음이 나오질 않네요 내가 울면 그녀가 더 슬플 텐데... 일가친척이라고는 없는 어머니와 나…장례식 날도 그녀 외에는 올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친구분이 오셨네요 그분은 어머니의 영정 사진을 보고 한참을 우시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니 엄마 정말 불쌍한 분이다 이년전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에 갔더니 췌장암이라고 했다더구나 병원에서는 이미 췌장암 말기라 빨리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는데 그땐 니가 대학교를 한 학년 남겨두고 있던 터여서 니가 졸업을 한 후에 치료를 받겠다고 했지 니 엄마가 파출부 해서 버는 돈으로는 니학비를 데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란다 일년 후 니가 대학원에 간다고 했을 때 니 엄마는 자기치료비 대신 니 대학원학비를 벌기 위해서 다시 일을 하셨다 그래도 니엄마는 날 만날 때 마다 니 자랑이셨어 세상에 일가친척하나 없이 태어나게 해서 늘 너에게 미안해했었고 행여나 니가 그 일로 상처 받을까 늘 조심했던 분이셨다 부모마음 다 같은 거라지만 니엄마 같은 사람 아마 없을 꺼다 ” 이 말을 듣고 며칠을 울었습니다 대학원을 그만 뒀습니다 어머니가 모아두신 몇 푼의 돈이 있었지만 차마 그걸 쓸 수가 없었습니다 한 기업에 취직을 했습니다 예전처럼 그녈 마음껏 볼 수없다는거 빼고는 괜찮았습니다 가끔 그녀는 우렁이 각시처럼 낮에 내집에 들어와 내가 어지러놓은 내집을 치우고 내가 며칠째 쌓아두었던 빨래도 했습니다 물론 집에서 귀여움만 받고 그런 힘든 일은 한번 해 본적도 없는 그녀기에 그런 일을 잘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마냥 그녀가 귀여웠습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회사를 가려는데 눈이 떠지질 않았습니다 떠지지 않은 눈을 어렵게 뜨고 화장실 에가서 세수를 했습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거울을 보았습니다 거울 속에 있는 내가 왠지 어색했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말라서 볼품도 없어졌고 얼굴에 약간에 황달기도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보니 요즘 가끔씩 둔통과 상복부에 통증이 왔었습니다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어 그날 아침 회사에는 조금 늦는다고 연락을 하고 병원으로 가서 건강 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이틀 후에 나온다는 말을 듣고 이틀 후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이상한 말을 하네요 췌장암이랍니다 췌장암이라는 이병은 췌장 자체부위나 췌미(膵尾)에 있는 암은 비정맥폐쇄 위 및 식도의 정맥류 소화기관 출혈 등을 나타낼 수 있으며 이미 전신전이가 일어난 후에 통증과 체중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여서 더욱 치유율은 낮다고 합니다 그리고난... 췌장암 말기였습니다 정말 앞이 깜깜했습니다 그녀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 겁니까 ? 우리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보다 더 슬피 울던 그녀인데 아마 이 사실을 안다면... 집에 왔습니다 오는 동안 그녀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수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아마 그 어떤 방법으로 말을 한데도 그녀의 반응은 하나겠지요 오늘도 그녀가 와있나 보네요 내방 창문에 불빛이 보이고 있는걸 보니 말 이예요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그녀에 얼굴을 보니 지금껏 생각했던 생각들이 다 날라가 버립니다 엉뚱하게 수능얘기가 나왔습니다 하기는 엉뚱한건 아니지요 그녀는 이제 수능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니까요 공부를 하라는 내말에 그냥 웃기만 합니다 그녀에 웃음에 더 이상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요즘엔 웃을 힘도 없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야위는 내 모습에 내 자신도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볼 때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걱정이 됐습니다 내 옆 있는 그녀를 봅니다 그녀가 왜 그러냐고 묻네요 그 말이 괜히 울컥합니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라 그냥 웃었습니다 그녀가 수능을 보는 날 만나서 시험 잘 보라고 응원해 주고 싶었지만 그날따라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시험점수가 나온 날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점수가 많이 안 나와서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다네요 속이 많이 상했을 텐데 밥은 먹었냐며 그 와중 에도 내 걱정을 합니다 이틀 후 회사에 사표를 내고 왔습니다 이제는 회사를 다니는 거 조차 힘이 들었거든요 근데 내 집 앞에 중년의 부부가 서있었습니다 한눈에 그녀의 부모님이라는걸 알았습니다 그녀와 너무나도 닮은 그녀의 어머니 때문이죠 얘기 좀 하자고 하십니다 초라하지만 제 작은 집으로 모셨습니다 차 한잔 하시겠냐고 물었더니 됐다고 하십니다 그녀의 아버님이 앉자마자 제 따귀를 때리셨습니다 그리고 욕을 하셨지요 하지만 전 아무런 대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아버님이 시니까 그리고 그분의 마음을 너무나도 이해하니까... 그녀를 만나지 말라십니다 그게 그녀를 위한 일이니 정말 그녀를 좋아한다면 이쯤에서 그만 두라시는 군요 그 말을 하시고는 두 분이 나가셨습니다 그 말이 맞는 말이라서 그런지 눈물이 납니다 그녀를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병들어가고 있는 날 안다면 떠나려 하지 않을 그녀 란걸 알기에 냉정해 지려했습니다 헌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전화번호를 바꾸고 집 열쇠도 바꿨습니다 그리고 며칠 어머니가 자주 가시던 절에 가있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잘못 온 거 같네요 너무도 조용해서 그녀 생각이 더 납니다 그녈 생각하며... 첫날은 마음이 허전했고 둘째 날은 그녀가 보고 싶었습니다 셋째 날은 마음이 아팠고 넷째 날은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가더군요 그렇게 이 주일이 흘렀습니다 정말 내 인내의 한계는 여기까지 인가 봅니다 어떤 이유로든 그녀를 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말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도 없는 다짐으로 내 자신을 그녀에게 보냅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기다리라며 전화를 끊습니다 그네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바보 같은 내 머리로는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고개를 들어 그녀가 뛰어오고 있을 골목길을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거기 서있네요 그녀를 보자 무의식적으로 웃었습니다 그녀가 달려와 내게 안겨 울고 있네요 그녀가 나 같은 못난 놈 때문에 힘들어 했을걸 생각하니 나도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녈 위해선 냉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말도 떠오르지가 않네요 무작정 해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녀가 왜냐고 묻습니다 그냥 싫증이 났다고 그냥 어린애랑 노는 게 이제는 싫다고 말해버렸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회사에서 좋은 여자를 만났다고 그래서 그 여자 한달 후에 결혼해 미국으로 유학 갈꺼라고 말도 안되 는 말을 했습니다 믿을 수 없다고 그녀가 말하네요 당연하죠 내게 그녀보다 좋은 여자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녀에게 상관없다는 맘에도 없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그녀가 내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습니다 다가가 울지 말라고 내 맘은 그런게 아니라고 사실은 내가 병에 걸려서 니가 내 옆에 있으면 힘들 까봐 말도 안되 는 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시 한번 그녈 위해 독하게 마음을 먹고 뒤를 돌았습니다 그녀의 우는소리가 내 심장을 찟는 것 같았지만 뒤를 돌면 그녈 붙잡게 될까봐 뒤 한번 돌아 보지 않고 걸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눈을 떴을 땐 병원 이였고 옆엔 친구 놈이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내 병을 아는 친구 놈은 걱정이 돼서 우리 집에 찾아왔더니 내가 부엌에 쓰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가 그랬던거 처럼 말 이예요 의사 선생님은 몸이 전보다 많이 상했다며 입원하길 원하셨지만 난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그녈 그렇게 아프게 한 내가 무슨 자격으로 편안히 병원에 누워있겠습니까 요즘은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게 제가 살수 있는 힘 이니까요 몸은 말 할 수 없을 만큼 마르고 황달기도 찐해 져서 이제는 거울을 봐도 내가 날 알아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나 같은 놈은 벌써 잊었겠지요... 그녀가 보고 싶었습니다 벌써 네 달째 집안에서 나가질 않아 온몸에 뼈들이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들은 날 밤낮으로 괴롭혔고 방안에서 움직이는 것 조차 힘에 겨웠습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가끔 찾아오는 친구 놈과의 대화와 그 놈이 사온 싸구려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그녀를 닮은 작고 귀여운 화분에 물을 주는 것 뿐 이였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햇살이 이쁘네요 여름 햇살을 닮은 그녀가 생각나 힘든 몸을 일으켜 창가로 갔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사람... 그녀 일리가 없는데... 아니 분명 그녀였습니다 난 너무 반가워 달려 나가려다 힘없이 풀리는 다리에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때야 다시 정신이 돌아오더군요 그리고 엉망인 몸을 간신히 일으켜 그녀가 작년 내 생일에 선물한 화분을 치우고 다시는 만질 수 없다고 생각한 현관문 손잡이를 돌려 그녀가 백일 선물이라며 사준 현관 걸이 화관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창문 넘어로 몰래 내 집을 바라 보고 있는 그녀를 훔쳐봅니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돌아 서네요 마음씨 착한 그녀... 그렇게 모진 말을 했던 내게 행복 하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했다는 걸 알기에 전 더 슬픕니다 문득 며칠 전 한 달을 넘지 못 할 꺼 같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생각 나네요 그래도 전 무척 행복한 놈입니다 그녀를 사랑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 그녀에게는 과거형이 되버렸을 한마디를 해봅니다 사랑해...영원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