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OME | | | 공지사항 | | | 게시판 | | | 스크린샷&사진 | | | 자료실 | | | 팝린커뮤니티 | | | 게임뉴스 |
글쓴이 | 조아라 | |||
라우풀 | 25422 | 등록시간 | 14-02-07 16:55 | |
조회수 | 3,074 | 추천수 | 0 | |
제목 | 보이지 않는 사랑 | |||
10월이 거의 끝나갈 무렵,
부산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나는 사정이 있어서 일찍 기차를 탔다. 피곤한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잠을 청했지만 사람이 많아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정차했던 청도역을 지나면서 비어 있던 내 뒷자리에서 이야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와! 벌써 겨울인가? 낙엽이 다 떨어졌네. 근데 낙엽 덮인 길이 너무 예쁘다. 알록달록 무슨 비단 깔아 놓은 것 같아. 밟아 봤으면 좋겠다. 무척 푹신 할 것 같은데.” “저 은행나무 정말 크다. 몇 십 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은행잎 떨어지는 게 꼭 노란 비 같아.” “여긴 포도나무가 참 많네. 저 포도밭은 참 크다. 저 포도들 다 따려면 고생 하겠는데.” “저기 저 강물은 정말 파래. 꼭 물감 풀어 놓은 것처럼. 저 낚시하는 아저씨는 빨간 모자가 참 예쁘네.” “저기 흰 자동차가 가네. 그런데 엄청 작다. 내 힘으로도 밀겠어. 운전하는 사람은 20대 초반 같은데 안경을 썼네. 어! 벌써 지나쳤어.” 겨우 잠들기 시작한 나는 짜증이 났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말이 많아? 자기 혼자 다 떠들고 있네. 다른 사람들은 눈 없나?’ 잠자기는 틀렸다고 생각한 나는 화장실에 갔다가 얼굴이나 보자며 뒷자리에 앉은 말 많은 그 사람들을 쳐다보는 순간 난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40대 중반 아주머니와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서로 손을 꼭 잡고 계셨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일일이 말을 해 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하였다. 마치 실제로 보기라도 한다는 듯 입가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